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사용자 측에서는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정도의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사용자가 피해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고 판단되어 (징역형의 실형까지는 아니지만) 벌금형으로 가볍게 처벌되지 않고 집행유예이기는 하나 징역형으로 처벌된 판결이 나와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판결 출처 :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4. 6. 선고 2020고단245 판결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A주식회사의 대표이사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근로자는 직장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회사 측에 신고했고,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근로자를 징계했습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으며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함에 있으 오해 소지가 있었다면 언행을 주의하라’는 취지로 견책에 그치는 징계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피해 근로자가 직장상사의 폭언을 듣고 출근하지 않았는데, 사용자 측은 이를 이유로 피해근로자를 해고처분을 했다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무급휴가 처리 후 복직시킨 후, 피해 근로자와는 협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하는 전보 명령을 내렸습니다. 해당 근로자 입장에서는 교통이 아주 불편한 곳이었고, 근로자는 전보 명령에 불응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구제신청을 하여 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검사는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 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하였다며 동법 제109조(벌칙)에 따라 기소하였습니다.
2019.1.15.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제정되어 직장 내 괴롭힘이 금지되고 제76조의3에서 사용자의 각종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형사처벌 규정의 필요성인데,현행 법률은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하였을 때만 동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의 쟁점은 제76조의3 제6항은 ‘불리한 처우’ 위반으로 사용자를 처벌할 때 불리함의 판단에 있어 회사의 객관적 사정과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가 충돌할 경우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가였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웠어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처우를 했을 경우 그것이 과연 근로기준법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것인가 의문이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사용자 처벌의 형량에서도 벌금형 정도로 다소 가볍게 처벌되는 데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되기도 하였던 것이, 이 사건은 당초 피고인에게 구약식으로 벌금 200만 원이 청구되었다가 정식재판을 거쳐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09조(벌칙) ① (앞부분 생략) 제76조의3제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객관적 사정으로 볼 때는 전보된 곳의 근무환경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에서 사용자의 사전 임시조치시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금지한 점,제4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후 사용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근무장소 변경,배치전환 등으로 조치할 수 있는 점,제5항에서 행위자(즉, 가해 근로자)에 대한 징계 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덧붙여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 된 경우에 한하여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사용자에게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사후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므로, 인사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위와 같은 사후 조치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없다.”는 원칙을 설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경우에 역시 “이 사건과 같이 부실한 사실확인 조사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라면,그 사후 조치가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인지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마땅히 고려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전보명령은 불리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위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의 사용자가 내린 불리한 조치를 판단함에 있어 회사의 객관적 사정과 근로자의 주관적 의사가 충돌할 경우 어느 쪽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제2항에서 제6항까지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제3항은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될 것,제4항은 ‘근로자의 요청이 있으면’이라고 해서 근로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제5항은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을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임시조치 의무라는 것도 향후 제2차 가해를 막고 피해근로자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무엇보다 피해근로자의 관점에서 사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근로자가 원하지 않는데 사용자 마음대로 판단하였다면, 객관적으로는 더 좋은 조치라고 하더라도 피해근로자가 원하는 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해당 조문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의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사용자의 보복 의사 는 필요없다고 보았습니다. 사용자는 불리한 처우를 한다는 행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면 고의가 인정되어 범죄는 성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에서 사용자가 피해근로자를 다른 근무지로 전보조치 한 이유에는 그 근무지가 객관적으로 인원이 부족하 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전보의 필요성이 있었고 불리한 처우를 하겠다는 보복 의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용자의 이러한 전보조치에 보복의 목적이 없어도 근로자의 주관적 입장에서 불리한 처우가 인정되면 제76조의 3 제6항의 성립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측으로서는 대단히 조심하여 근로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양형 측면에서도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예상이 되었지만, 법원은 이를 넘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그리고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엄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어느정도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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