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무장병원이 불법이라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실제로는 공공연하게 사무장이 의사 명의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사무장병원의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임금이 체불된 상태로 병원이 폐업까지 하게 된다면 직원들은 누구를 피고로 하여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할 것인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을 운영한 명의자가 의사이니 해당 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실질 운영자인 해당 사무장을 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이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은 1,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졌던 경우로, 그만큼 의사와 사무장 중 누구를 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임금등 판결
사안의 개요
피고 A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B에게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B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2014. 9.부터 2015. 8.까지 병원을 운영했습니다. A는 병원의 총괄이사 직함으로 활동을 했고, 병원 통장과 의사 B의 인장을 소지하며 병원의 설비를 구입하고 인력관리를 위해 노무법인과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등,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속칭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병원 운영은 금세 어려워져 임금이 체불되고 병원을 폐업하기에 이르면서 해직된 직원들은 퇴직금을 지급받고자 사무장인 A를 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사무장병원은 병원 운영 및 손익이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위반이라 무효이고, 무효인 약정으로 인해 상호 실질적으로 취득하게 된 이득은 부당이득반환의 문제만 남을 뿐이라,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채무 또한 모두 의사인 B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기존 판결례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사무장 병원에 있어서 비록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사무장 병원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강행법규 위반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원고 근로자들이 의사 B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피고 A가 사무장으로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원고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 감독하면서 직접 급여를 지급한 사정을 감안하면,원고인 근로자들과 피고인 사무장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판례 평석
1, 2심 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판단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이유는 바로 임금채권의 성격을 민 법상의 일반채권과 같은 것으로 보는지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무장 병원 계약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가 되고 명의를 빌려준 의사와 명의를 대여한 사무장 사이에는 부당이득반환에 대해 정산을 하는 관계일 뿐으로, 병원의 채권 및 채무의 당사자는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임금채권을 그대로 민법상의 일반채권으로 본다면 원심의 판단대로 임금채권의 채무자는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되는 것이고, 원심 판단대로 사무장에 대한 임금청구는 기각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는데, 임금채권이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채무 관계로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무장이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단하여 사무장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