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회식도 때로는 업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석하고 싶지 않아도 참석해야만 하는 회식, 행사, 모임 등의 경우와 관련해서 재해가 생긴 경우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회식이나 모임에 참석했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해서 모두 다 ‘업무상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판단의 기준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이면서 ‘근로자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입니다.
회사에서 주최한 모임에서 발생한 재해였다면 ‘사업주의 지배, 관리’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나, 회사 측에서 마련한 정식 모임이 다 끝난 후에 친한 직원 몇 명끼리만 따로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발생한 사고라면 ‘사업주의 지배, 관리’가 인정될 것인지 다시 한번 봐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주의 지배, 관리를 받는 상태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일반적이지 않은 돌출행동을 하다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좀 떨어질 것입니다.
만일 직장을 다니다 발생한 사고로 사망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유족급여, 장의비 지급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이며,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였다면 이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취소를 행정법원에 청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원심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취지대로 원고 청구가 기각되고 원고가 유족급여를 받지 못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판결이 있어 살펴보았습니다. 유족에게는 너무 안타까운 판결 결과가 되겠으나, 업무상 재해 여부 판단은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 범위 확정의 기준이 나름 명확합니다.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17누42004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안의 개요
건설회사의 2차 회식이 있었고, 근로자가 밤11시쯤 귀가하게 되었습니다. 도중에 전철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왕복 11차선 도로에 걸쳐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습니다. 해당 근로자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만취상태가 아니었던데다 횡단보도 신호를 잘못 보고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2차 회식이 강제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배우자(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 1차 회식 및 이 사건 2차 회식의 목적과 내용, 참가인원과 그 비용부담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1차 회식뿐만 아니라 이 사건 2차 회식 또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망인의 이 사건 회식에서의 과음이 주된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① 망인의 음주가 망인 본인의 판단과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 상급자의 권유나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망인이나 이 사건 2차 회식에 참석한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을 추단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
② 주식회사 B건설은 이 사건 1차, 2차 회식에서 망인이 평소 주량을 다소 초과하였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바 있으나, A역에서 망인을 배웅한 목격자는 정상적으로 귀가가 가능한 주취 정도라고 판단하였다고 한 점, 망인이 A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B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려고 하는 등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점, 지하철에서 자신의 처인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에 비추어 위 회신만으로 망인이 과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주취 정도가 불분명하여, 망인의 무단횡단이 망인 스스로의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니라 과음으로 인한 판단능력의 장애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망인이 왕복 11차선의 도로를 무단횡단한 것이 회식 과정 또는 그 직후의 퇴근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④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망인의 무단횡단은 도로교통법 제157조 제1호, 제10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부과대상에 해당할 수 있고, 이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망인의 무단횡단으로 인해 과음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⑤ 원고는 망인이 술에 취해 걷는 속도가 느렸을 것이고, 왕복 11차선 도로에 걸쳐 있는 횡단보도를 보행자신호가 끝날 때까지 다 건너지 못한 상황에서, 보행자정지 신호로 바뀌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오히려 교통사고사실확인원에는 차량의 직진·좌회전 신호에서 직진하는 차량이 무단횡단 중인 망인을 충격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평석
회사 회식에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정도여서 무단횡단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긴 했으나 만취상태는 아닌 것 같고 스스로 판단 하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망을 하게 된 것이므로 업무상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무단횡단이 있었으니 업무상 회식에 의한 과음과, 교통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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