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하거나, 혹은 기존의 우울증이 극도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견디다 못 하여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는데,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크게 다친 경우 앞으로 공무상요양승인이 되느냐는 생활에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판결 출처 : 서울행정법원 2020구단78257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안의 개요
원고는 행정9급 지방행정서기보로 임용되어 약1년간 주민센터에서 일을 하였는데 공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 내지 악화되어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하였습니다. 자택인 20층 아파트에서 투신을 하였고, 크게 다쳤습니다. 이에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행정법원에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요양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의 판단(일부 생략)
공무원연금법 제35조 제1항에서 정한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을 시도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자살 시도로 인하여 발생한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을 시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두32898 판결, 대법원 2017. 8. 23. 선고 2017두42675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등 참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유발된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되어 원고가 정상적인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추단된다.
① 원고는 업무상 스트레스 외에 가족관계나 경제적 측면 등에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공무원 임용 후 약 10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한 번도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결국 이 사건에서 업무상 스트레스 외에 자살 시도에 이를만한 다른 결정적인 원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② 원고는 자살 시도일 6개월 전 빈번한 초과근무를 하였고, 업무와 조직생활에 적응하고 대인관계를 맺으면서 업무상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③ 원고는 주민센터에서 근무한지 약 10개월여가 경과한 시점, 처음으로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고 경도우울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으며, 기분부전장애(우울증의 한 형태임), 활동성주의력장애 진단을 받았다. 위 각 진료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평소 성격 등 개인적 소인 외에 업무상 스트레스만을 호소하였을 뿐이고, 업무상 잦은 실수와 대인관계 문제(주변으로부터의 피드백이나 주변의 부정적인 평판 등)로 인한 위축감, 낮은 자기애로 우울증이 발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④ 이에 대하여 이 법원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는, ‘원고는 대학교 졸업, 군대만기제대, 공무원시험 합격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주의력, 집중력, 사회적 교류를 요구하는 과정을 이수한 사람으로, 공무 수행 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불안을 감내하면서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나, 주민센터에서 업무상 실수가 반복되면서 상사 및 동료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한 반응으로 심리적 위축, 낙담, 좌절감을 경험한 사례들이 축적되었고, 이러한 요인이 원고의 개인적 특성과 상호 작용하여 우울증의 발병 및 악화에 기여하였을 것이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힌바 있다.
⑤ 그러던 중 원고는 B시청 C과로 발령을 받았는데, 위 부서는 고난이도 업무에 외부로의 출장업무도 잦고 민원인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부서로 분류되는 곳이었다. 원고는 인사이동 이후 6일 동안 총 8시간 상당의 초과근무를 하며 생경한 업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원고 어머니가 ‘원고가 자신만 일을 못한다고 괴로워하고 너무 힘들어 한다, 긴장해서 몸이 얼었다’고 원고를 걱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내성적이고 완벽주의 성격의 원고는 위와 같이 이미 우울증이 발병한 상태에서 높은 업무난이도와 거친 민원이 예상되는 부서로의 인사발령을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 받았을 것으로 추단된다.
⑥ 결국 원고는 출근길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였는데, 이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과 부적응이 원고의 우울증세를 급속도로 악화시켜 자살충동을 유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이 법원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도, ‘원고가 극단적 선택을 한 시점이 높은 업무 난이도가 예상되는 부서로 이직한 이후라는 시간적 인과관계를 고려하였을 때 주된 스트레스 원인에서 업무적인 요인을 배제할 수 없고, 부서 이동 후 우울증이 악화되어 자살충동이 동반됨에 따라 자살시도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다.
⑦ 장래 부담할 생경한 업무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 장래 이행할 업무역량에 대한 염려와 업무처리 미숙에 대한 두려움 또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볼 수 있고, 설령 망인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정신장애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평석
그 동안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였더라도 개인적인 문제로만 취급되곤 하였고, 자해행위에 의한 경우는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법원도 보다 폭 넓게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 시도 등에 대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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